의약품 상자에서 익숙하게 이것저것을 꺼내 세팅해 놓고 그의 옆구리 쪽으로 손을 뻗었다.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온 장미의 이목구비를 자세히 관찰했다. 남자의 말대로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탄탄하게 자리 잡은 복근에 자상이 보였다. 강우진은 손을 들어 장미의 얼굴 여기저기를 허공에서 재는 듯 그려댔다. “…왜요?” “많이 컸어.” “네?” “이렇게 조막만 하고 애기 같기만 해서, 불쌍해 거둬 키운 거였는데. 대가리가 이렇게 클 줄은 예상 못 했지.” 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아 있는 걸 둘 중 하나 쉽게 깨지 않았다. “잘래? 아니면 잘못했다고 빌래.” 그 무거운 공기를 깰 수 있는 건 바로 오직 강우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