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은 하지 못한다고 해도 남자랑 잠은 자 보고 싶어! 그러니까 올리비아가 원하는 것은 ‘결혼’이 아니라 ‘결혼을 통해서만 획득 가능한 경험’이었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비비안 베넷’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애정 소설 작가, 올리비아 제닝스는 결혼은 이미 물 건너간 듯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그럭저럭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결혼을 포기했다고 남자랑 잠도 자 보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자신도 그 ‘특별한 경험’이란 걸 해보고 싶다. 여자라고 안 될 게 뭐람? 그 경험으로 자신의 글도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올리비아는 평소 자신이 아끼던 대여 서점을 이용해 적당한 남자를 찾기로 한다. 비비안 베넷의 애정 소설을 빌려 가는 남자 손님 중에서 상대를 고르는 것이 바로 그 방법. 적어도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에 공감할 수 있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는 남자라면 ‘아무나’는 아니겠지. — 미쳤습니까? 당장 그 말도 안 되는 계획은 접어요. 신뢰할 만한 이성을 가진 사람의 충고는 새겨듣는 편이 좋습니다. 그런데 웬걸? 참견쟁이 신사한테 잘못 걸리는 바람에 시작부터 차질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