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너를 믿는다고 했지만..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 나는, 그녀를 향한 가슴 절절한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험난한 세상 속에서,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내 여자가 나로 인해 무시당하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다. 이제와.. 그것은 나의 자존심이고 나의 인내심의 문제였을 뿐, 그녀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건의 일기장에서 - 미래가 불투명했던 건은 혜리의 행복을 위해 시린 이별을 선택했다. 5년 후. 그녀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녀가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 건은 그런 혜리의 모습을 현실을 내세우며 외면할 수 없다. 아니, 혜리를 다시 만난 이상 건은 그녀를 외면한 채로는 자신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혜리야.” “응.” “우리, 또 볼 수 있지?” “뭐 하러 또 봐. 각자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데 옛 연인을 왜 만나냐.” 혜리가 씩씩하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도, 건의 느낌은 다 쓸쓸하고 슬프게만 와닿았다. 건이 자신의 명함을 꺼내 혜리에게 건넸다. “그렇게 헤어질 인연이 아니니까 다시 만난 거 아니겠어? 또 보자.” 건이 준 명함을 받아들고 혜리가 건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뭐 하재? 그냥... 아주 가끔 만나서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친구처럼 그렇게 지내자는 거지.” ‘그렇게라도.. 이제 우리 헤어지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