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와 많은 남자들이 번호를 물어 올 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정작 번호를 주고 나면 차이기만 하는 보라. 하도 많이 반복되어 온 터라 딱히 위로가 필요할 정도의 데미지는 없지만,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았던 소꿉친구 승우는 그녀가 차이고 돌아오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위로해 주려 한다. 그러나 처음으로 약속 장소에서 바람맞기까지 한 보라는 인간적인 매력이 없다는 방증 같아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승우가 우울한 생각을 잊게 해 준다며 키스해 온 그날 밤 이후, 친구로만 생각해 왔던 승우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있잖아…….” “응. 뭐?” “왜 키스까지만 해?” “왜, 더 하고 싶어?” 승우는 팔짱을 끼고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아주 중요한 얘기라도 되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섹스는 여자 친구랑 할 거야.” 승우의 입에서 나온 노골적인 단어에 경악하기도 잠시, 하마터면 손가락 때문에 달을 놓칠 뻔했다. 결국 보라와는 키스 이상의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럼 나는? 확인 사살에 가까운 대답을 듣자 마음속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싫다. 승우가 여자 친구를 만드는 게 싫었다. 너무너무 싫어서 당장이라도 엉엉 울고 싶을 만큼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라는 비로소 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았다. 연보라는 백승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