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없던 일로 하자.” “뭐? 없던 일?” 그의 미간이 완전히 찌푸려졌다. “응, 없던 일.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젠 서로 둘 다 너무 감정적이었잖아.” “하,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난 어제 충분히 이성적이었다고.” 어제 그렇게 변태 같은 모습을 잔뜩 보여 놓곤 그게 충분히 이성적이었다고? 그건 말도 안 된다. 그사이,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어떻게 없던 일이 돼? 없던 일로 하자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가면 갈수록 그의 의중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의 말대로 이미 일은 벌어졌고, 벌어진 일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불가했다. 그렇다는 건 그는 자신과 다르게 섹스 파트너로 계속해서 지내고 싶단 뜻일까. “그럼 이렇게 계속 지내자는 거야? 파트너로?” “왜, 너도 만족한 거 아니었어?” “만족은 했지만….” “그럼 된 거 아닌가.” 해인이 현승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엔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