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화가 지망생 백수연. 그녀는 F갤러리의 전시회장에서 매일 똑같은 남자와 마주친다. “지금 눈앞에 있잖아, 백수연 씨가 좋아하는 거.” “네? 그게 무슨…….” “내가 도연우라고요."" 그리고 그 남자의 정체는 F갤러리의 대표이자, 수연이 존경하는 유명 화가 도연우. 수연은 F갤러리의 전시 직원으로 채용되는 것과 동시에 그의 화실 보조로 들어가게 되는데……. * “내 화실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있거든.” “어떤…… 읏.” 함부로 손을 뺐다가는 아무래도 혼이 날 것만 같은 고압적인 분위기에, 수연은 간지러운 붓질을 그대로 견뎌 내야만 했다. “긴장하라고 했을 텐데. 아니면, 멈추기를 바라는 건가?” 그의 손길이 지난 자리마다 크게 움찔거리게 되는 탓에, 수연은 당장에 뭐라도 잡으려고 계속해서 손을 더듬거렸다. 그러나 널찍한 침대에는 수연이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 그의 나긋한 음성이 귓가로 흘러들었다. “걱정 말아요. 아직 밤은 아주 많이 남았어.” 연우의 탄식에 가까운 호흡이 가뜩이나 천장이 높은 화실에, 메아리라도 치듯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