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옆집에 이사 온 남자, 우진이 신경 쓰인다. 학창 시절 알게 된 남동생의 친구이자 자신을 좋아한다는 표현을 숨기지 않는 남자. “지아 씨, 초코 우유 사 줄까요?” “이, 이게 무슨….” “원하면 10개도 사 줄 수 있어요.” 어두운 밤, 퇴근길을 함께 걸으며 그녀가 좋아하는 초콜릿 우유를 사 주겠다는 우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보랏빛 향기》 * * *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르지 않았나 싶어요. 그동안 안 답답했어요?” “아마 답답했으면, 진작에 고백했을 거예요.” “그래서 참았어요? 말도 안 하고?”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생각보다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인내하고 기다렸죠.” 지아는 우진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만 잃는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고, 잃는다는 걸 잘 모르던 시절에도 그 쓰라린 기억들은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숨결만 스쳐도 이렇게 설레는데 그동안 왜 몰랐을까. 그의 시선에는 늘 제 모습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음에도 한 번도 의식한 적도, 제대로 바라봐 준 적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은 미안했고, 뒤늦게 진심을 알았을 땐 고마웠다. 늘 제 곁에 있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