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는 것에 익숙한 남자, 최도진. 숨길 것이 없는 여자, 송하경. 서로 다른 세계에서 상반된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마주친 비상계단은 탈출구이자 구원이었다. “내가 다른 사람이랑 있는 게 왜 신경이 쓰여요?” 당신이 나한테 뭐라고. 어떤 말이 나올까, 가슴의 울림을 삼키며 기다리던 그때 그가 다가왔다. “바라는 게 있으니 도발하는 걸 테고.” 한 걸음. “내가 뭘 할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 또 한 걸음. 더는 도망갈 수 없게 된 그녀가 물었다. “뭘, 할 건데요?” 그리고 이제 완벽히 하경을 가둔 도진이 속삭였다. “지금 당신이 기대하는 전부.” 온 신경을 저릿하게 만드는 목소리에 아찔한 베드 사인이 요란하게 경고음을 울려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