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감옥에서 돌아왔다. 가애는 그의 출소를 위해 선택된 아내. 처음부터 끝이 정해진 결혼, 숨죽인 채 이혼할 날만 기다렸다. “내가 당신에게 사람인 적 있었나요?” 가슴 가득 응어리가 쌓인 어느 날, 가애는 충동적으로 남편에게 맞섰다. “나를 진짜 아내로 대해 주세요” 꾹꾹 눌러 참던 진심은 예고 없이 흘러나왔다. “진짜 아내?” 빤히 응시하던 승후는 느긋이 입술을 뗐다. 기이한 말의 속뜻을 가늠하듯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이곳을 떠나기 전, 단 하루라도 사람으로 살아 보고 싶어요.” 가애는 이룰 수 없는 꿈을 남편에게 요구했다. 윤승후같이 오만한 인간이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해 주지 못할 짓을. “너 내 아내가 되고 싶었어?” “당신…….” 손목이 휘어 잡힌 순간, 가애는 후끈한 열기에 휩싸였다. “네 남편 짓, 못할 것도 없지.” 착각이라기엔 지나치게 짙은 시선이 엉켜들었다. “이가애, 네 소원대로 내 아내가 되어 봐.” 그날 이후 질긴 부부의 인연은 서로를 옭아매고,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여자를 향한 남자의 집착은 끝없이 타오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