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해요. 아깐 정말 어지러워서.” “좀 쉬세요.” “하아… 그쪽 이름이 뭐예요? ” “성지후입니다.” 지후는 꼭 무언가를 준비하듯이 무거워 보이는 은색 손목시계를 풀었다. 예정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그를 관찰했다. 여유 있는 손짓, 급한 용건은 없다는 듯 느릿한 발걸음. 이후 과정은 뻔하디뻔했다. 지퍼만 살짝 내리면 쉽게 벗겨질 원피스는 사라질 것이고, 남자의 손은 한 척의 배가 되어 금방 바다 같은 나의 몸 위를 유랑하게 되겠지. 그럼, 그 이후의 일은 쉽게 진행될 것이고. 예정은 꿀같이 달콤한 천만 원짜리 침을 삼켰다. 저벅, 저벅. 그가 걸어오는 무거운 걸음에 맞춰 심장이 뛰었다. **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부르는 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꼬시고 싶은 한 여자의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