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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을 아주 재미있게 하는군.” 남자의 비릿한 목소리가 도아의 귓바퀴를 때렸다. “태도가 왜 그래?” 아버지의 사업체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 우성 그룹의 실세 주서호. “웃어야지, 예쁘게.” 당신이 원한다면 웃어야지, 기꺼이. 그를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뭐든 팔아넘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도아는 금방이라도 피를 토할 듯 새빨간 입술을 느리게 달싹였다. “이걸로 우리 거래는 성사된 건가요?” 그녀가 기쁘게 미소 지었다. 주서호, 이제부터 어떻게 갚아 줄까. 지금까지 당신이 내게 한 몹쓸 짓을. * * * “이도아 씨와 나의 약혼을 발표할 생각입니다.” 말을 마친 서호는 도아의 하얗고 여린 손등에 제 입술을 살포시 덮었다. 그리고 그녀의 깨어질 듯 검은 눈동자와 시선을 맞췄다. 그를 바라보는 눈이 삭풍을 맞고 선 나뭇가지처럼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짙은 갈증이 일었다. 당장이라도 여린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고 입 맞추고 싶었다. 아무리 짓밟아도 억세게 자라날 것 같은 잡초 같은 여자. 그래서 더 짓밟고 싶게 하는 사람. 그러나. 왜 자꾸 저 아픈 눈을 보듬고 싶어지는지. “이도아 씨, 나와 약혼해 주겠습니까?” 서호의 갸륵한 눈동자가 도아를 향해 일렁였다. 이도아, 난 당신을 어쩌고 싶은 걸까. 당신이 내게 한 몹쓸 짓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