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만 생각하면 막연한 교실 하나가 떠오른다.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도 모르는 어느 교실에 덩그러니 놓인 나는 엎드려 자고 있는 그 녀석을 숨죽여 관찰하고 있었다. 때마침 살랑살랑 불어온 바람이 녀석의 머리를 흩트리고, 커튼은 파도처럼 출렁인다. 나는 그 녀석이 일어나길 바라면서도, 그 녀석이 계속 자고 있길 바란다. 나는 그 녀석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그 녀석이 평생 내 마음을 모르길 바란다. 그러므로 나는 언제나 그 녀석 앞에서 솔직할 수 없고, 불투명한 가면을 쓴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너를 좋아해. 아니, 사실 거짓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