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하는 아르젠티움 제국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대공, 리젤 드 캠피온이 전사한다. 적에게 능욕당한 남편의 시신과 마주한 세리아는 소리 없이 울음을 삼키고, 그의 유일한 유품이었던 대검으로 세리아 역시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만. 다시 눈을 뜬 그녀의 앞엔 전쟁이 일어나기 5년 전의 상황이 펼쳐지는데? “이건 기회야.” 세리아는 마땅히 누리고,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손에 넣기 위해 이번 생에선 반드시 사랑하는 리젤을 지켜내겠노라 결심한다. 그러나……. “궁금하지 않아? 그 대단하신 대공께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을지.” “……듣고 싶지 않아.” “똑바로 보고, 보다 절망하길 바라.” 회귀를 둘러싼 진실은 잔인하기만 했다. *** “제게 가장 좋은 기억이 무엇이냐 물으셨지요.” 리젤은 세리아의 머리칼에 입을 맞췄다. 한 품에 넣으면 바스러질 것만 같은, 덧없고 자그마한 몸집. 사랑스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저번 생에서 제겐 당신이 전부였습니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아 이리 벌을 받는 중이고요.” 모든 죄악은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부디 당신은 지금처럼 행복하시기를. 그대의 죽음과 회귀 뒤에 어떤 대가가 가려져 있는지도, 평생 모르고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