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기억은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 은정은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그녀의 곁엔 남편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으나 남자의 얼굴은 금방 숨이 꼴깍 넘어간다고 해도 믿을 만큼 창백했었다. 잘생긴 남자의 외모완 별개로 은정의 기억에 남편이란 남자는 없었다. ‘남편이라니요?’ *** “강석준 씨하고 내가 한집에 살면서 그럼 무슨 말을 주로 주고받았나요?” 순수하게 궁금한 의도로 물어봤을 뿐인데 석준은 진지하게 대답을 고민했다. “음…….” 그런데 왜 고민하는 거지? 평소에 그렇게 많은 말들을 주고받았나? “대화는 주로 몸으로 했습니다.” “네?” “거의 대화 없이 섹스만 했습니다.” “네에?” 은정은 아무 부끄러움 없이 섹스라는 단어를 뱉어내는 석준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그녀의 기억은 이제 갓 20살을 지나고 있었으니. 첫 경험을 하기 전이었단 말이다. 몸은 아무리 서른이 넘고 결혼을 한 유부녀였으나 기억만큼은 순수하고 퓨어한… 여자라고! “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우린 부부입니다.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죠? 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내 바지를 먼저 벗기려던 건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