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은 15년 전의 크리스마스로 거슬러 올라갔다. 마른 손가락에 어머니의 반지를 끼우고 배시시 웃던 여자아이. 아이의 입술이 얼마나 거칠게 갈라져 있었는지, 그 입술에 뽀뽀했을 때 와 닿던 이질적인 감촉을 지금까지 잊지 못한다. 그 예쁜 여자아이와 방금 보았던 스튜어디스의 얼굴을 함께 떠올려 보았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영기의 나이는 열두 살, 15년이 지났으니 살아있다면 스물일곱이 되었을 거였다. 15년은 오랜 세월이다. 열두 살이던 여자아이가 스물일곱 살의 여인이 되었다면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여자는 일등석을 담당하는 스튜어디스답게 완벽한 화장까지 하고 있어, 시골의 고아원에서 꾀죄죄한 옷을 입고 낡은 머리띠를 하고 있던 여자아이와 대입해보면 맞는 것도 같았고 아닌 것도 같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약혼자는 곧 돌아올 것이다. 승무원 호출 벨을 눌렀다. 10초도 안 걸려 눈앞에 여자가 와서 섰다. “부르셨습니까?” 공손히 앞으로 모으고 있는 그녀의 손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맞춘 듯 꼭 맞는 어머니의 반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하얀 손을 낚아챘다. 놀란 여자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며 잡아채듯 그녀를 끌어당겼다. 시간이 없었다. 내 가슴으로 풀썩 쓰러진 가느다란 허리를 안으며 휘청거리는 여자를 재빨리 무릎에 앉혔다. 타이트한 원피스 자락이 말려 올라가며 뽀얀 허벅지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