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겐 이미 약혼자가 있어, 아덴.” “!!” “태어나지도 않은 널 담보로 난 거래를 했단다. 너를 레딘 드라크 루빈슈타인의 신부로 바치는 대신 일족을 구하기로 말이야.” 처음으로 아덴은 절망이 뭔지 그날 제대로 맛보았다. 앞으로 자신 앞에 펼쳐질 삶이 절대 장밋빛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인생은 열여섯 살에 끝나 버렸다고. 그렇게 영원히 길을 잃어버렸다고. 노트의 새로운 장을 펼치며 아덴은 펜을 들었다. 드디어 짐승을 만났다. 가히 주위를 압도할 만큼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부디 내 외모가 그의 취향이길. 나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 그의 동공에 오래 머물러, 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길. 나를 가지고 싶어 잠시도 참을 수 없길. 그래야 비로소 짐승의 사냥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부디 나를 사랑하길, 드라크의 지배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