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되어야 이 길이 끝이 날까. 고단하고 힘든 자신의 생에도 한 번쯤은 꽃이 반짝하고 필 날이 오긴 올까.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늘 막다른 골목에서 문을 찾고 문을 열고, 문을 나서 또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건, 자신도 몰랐지만 자신 속 어딘가에 있는 생에 대한 놀라운 열망 때문이었다. “왜 하필 나였어? 고아나 다를 바 없는 계집아이, 그냥 다른 계집애들처럼 살게 내버려두지…!” “죽어가던 그대의 눈이 너무 슬퍼 보였어. 그 모습이 한순간 선명하게 내 뇌리에 각인이 되어 버려서일 거야.” 그 은발 때문이었다. 그 은발이 심장 저 아래 꼭꼭 싸매어 두었던 봉인을 순식간에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악몽은 끝난 게 아니다. 늘 언제든 자신을 잡기 위해 어딘가에 숨어 있었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