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넘으면, 나는 신이 된다. 한 살이 되던 해에, 엄마에게 거울을 선물 받았다. 언제부터 일까. 거울너머의 세계에 오갈 수 있던 것은. 거울 안의 여신이 내게 문을 열어주었다. 눈을 뜨자, 달빛처럼 하얀 햇살이 좁은 창을 헤치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 어두운 방안에서 나는 가만히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원래의 나보다 하얗고 기다란 손, 조금 더 높은 키, 몸을 부드럽게 휘감고 있는 동양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화려한 옷자락. * * * 평범한 여학생이 거울을 넘나들며 신과 인간이라는 이중생활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거울 밖과 안의 경계가 무너지며, 자신이 평생 알고 지내던 세계를 의심해야 할 날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실세계에 대한 경쾌한 터치와 신계의 진중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