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오해인.” 10년이 넘도록 들어왔던 소꿉친구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몽롱한 시야 앞에는 잘 만들어진 근육질의 몸이 있었다. 해인은 홀린 듯 근육의 굴곡을 더듬었다. 브래지어만 입고 있는 제 살결에 돋아나는 차가운 소름들, 겁 없이 올라간 친구의 치골 위, 다리 사이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그녀의 이성을 내쫓았다. “안우현, 나랑 한 번만 해.” “그래, 자신 있으면 먹어 봐.” 마구잡이고 휘저어지는 입속 공기가 온통 안우현의 맛이 났다 “한 가지만 명심해. 고작 한 번으로 내 침대에서 기어나간 사람 없어. 허리 아작 날 거 각오하고 다리 벌려.” 한 번쯤, ‘멈추려면 지금뿐이야.’ 따위의 말을 할 법도 한데. 우현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반동을 실어 해인의 깊은 곳까지 제 것을 박아 넣었다. 해인은 처음으로 정사를 나누며 그만해 달라고 애원까지 했다. * “해인아, 그때처럼 내 거 먹어 줘.” “무, 무슨…….” “어차피 너 나랑 자고 다른 새끼들 거 제대로 못 받아먹잖아. 맛없어서.” 안우현은 그 말을 하며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네가 원하는 거 다 해 줄게. 대신 내가 올라오라고 할 때 이유 불문하고 올라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넌 내가 섹스하고 싶을 때마다 올라와서 다리 벌리란 뜻이야.” 해인이 두고두고 후회했던 그날의 과오가 우현에게는 기회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