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 혹시 우리 집에서 일할 생각 있어요?” 큰 키, 잘생긴 얼굴, 비상한 머리까지 다 가진 재벌 3세 강재현은, 훤칠한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리숙한 태도와 전국 각지의 사투리로 흥미를 끄는 정현호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집에서 일할 것을 충동적으로 제안한다. 물론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나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관계는 아니었다. 정현호는 얼굴이 빼어나게 잘생긴 것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얼굴이 귀여웠고, 착해서 무슨 부탁이든 거절도 못 해서 부려먹기 편했고, 예상치 못한 말과 행동에 지루할 틈이 없어 옆에 두면 즐거웠다. 순진한데 욕심도 없어서 오히려 이쪽에서 날 더 이용하라고 챙겨주고 싶기까지 하니. 심심할 때 가볍게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그때는 몰랐다. 정현호의 다정함과 따스함이 얼마나 치유와 위로가 되는지, 한없이 순하게만 보이는 그가 사실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도. 그러다 마침내 정현호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는 걸 자각했을 때, 강재현은 이미 정현호를 지독하게 사랑하게 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