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네…….” 기계가 모든 것을 지배한 핏빛 세상. 망해 버린 세상에서 하윤은 이유도 모른 채 삶을 반복하고, 그 대가로 기억을 빼앗긴다. 지긋지긋한 고통의 끝에서 또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하던 때. 모든 게 비현실적인 남자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 * * “나는 필드 중심으로 갈 겁니다. 살게 해 줄게요. 같이 가요, 나랑.” “……내가 뭘 믿고. 개수작 부리지 말고 꺼져요.” 그러나 의문스러운 상대의 거듭된 제안과 기계의 습격으로 인해 하윤은 결국 여연오와 함께하게 되는데. “어디서 왔어요?”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어?” “못 믿겠으니까.” “이건 좀 상처네. 왜 내 진심을 몰라주지…….” 필드 중심으로 향한다는 공동의 목표로 한 팀이 되어도 켕기는 구석이 많은 여연오 탓에 의심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하윤 씨 이제 혼자 아니에요. 혼자서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아도 살 수 있어요.” 반면, 여연오는 하윤의 경계에도 개의치 않고 한없이 다정한 손길을 뻗어 온다. 겪어 본 적 없는 온기에 하윤의 마음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데……. “나 못 믿는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젠 좀 믿어 줬으면 좋겠어서.” “…….” “이러면 이제 나 좀 믿어 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