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무난하지만 그래도 잘 살펴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자부하는 남자 김도진은 몇 번의 연애 끝에 이번만큼은 돈 많은 애인을 사귀겠다고 선언한다. 그런 그를 응원하기 위해 죽마고우 주원이 마련한 압구정 고급 클럽으로의 원정. 하지만 일이란 게 꼬이려면 한없이 꼬이는 법이라, 하필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홑겹 같은 옷을 입고 나온 도진은 친구의 연락두절로 인해 추위에 떠는 구경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게 꽁꽁 언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대뜸 감싸 안는 따뜻한 온기는 다름 아닌 그의 부임 첫해, 악몽 같은 기억을 각인시켜준 제자 계선우였는데……. 한 번 든 버릇은 고치기 어렵다던가, 도진은 또 다시 선우를 거부하지 못하고 클럽으로 질질 끌려들어가고 만다. 오랜만에 보는 제자는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심장에 안 좋은 웃음을 지었으며, 사악하고 악마 같은 성격마저도 변함없었다. 아니, 악마 같은이 아니라 악마 그 자체라는 표현이 맞으려나. 오랫동안 도진을 마음에 품었던 선우는 그 악마다움을 한껏 발휘해 이번에는 몸마저 품게 되었으니까. 이런 두 사람의 연애의 행방은 다정다감일까, 다사다난일까? 아니면 그 미모에 혼이 팔려버린 도진의 자업자득인가. “나도 잘 몰라요. 왜 선생님이 아니면 안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