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한과 나는 어차피 완성되지 않은 미수의 관계였다. 우리는 사귀지도 않았고, 끝까지 가지도 않았다. 심지어 끝까지 갔으면 뭐가 좀 어때. 그런 일 있어도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 다니고 서로 모르는 척 잘만 살던데. “예전 일을 꼭 지금까지 끌고 와야 해? 그냥 덮자는 거잖아.” “세 달. 세 달 자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으면 아, 서나윤은 끄떡없구나. 우리 한 팀에서 계속 지내도 되겠구나, 나도 인정할게. 나는 사실 너 보면 여전히 불편하거든. 너랑 다르게 난 좀 옛날 사람이라.” 경력직 입사 넉 달 만에 타 팀 발령이라니.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길래 한 팀에서 반년도 못 버텼을까, 형태 없는 소문이 무성할 터였다. “생각해 보고 연락 줄게.” 내가 나가떨어질 줄 알았는데, 정말이지 질린다는 표정의 고윤한을 바라보며 도려낸 줄 알았던 우리의 시절이 떠올랐다. “만져달란 대로 만져 주니까 어때.” “기분, 이상해…….” 그때의 우리는... 그러니까 스물세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