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제: 모든 것에 부족함이 없어서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잃어버린 채 집안에서 만들어준 가게의 점장 자리에서 시간을 죽이며 무료한 한량의 삶을 살고 있다. 한우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평범한 줄로만 알았던 우연의 삶은 완전히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비루하지만 소중한 삶을 지키기 위해 우연은 어떤 일이든 가릴 수 없었다. 부유한 집안의 늦둥이로 태어나 축복 받은 삶을 누린 원제에게 그 풍요로움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모든 게 이뤄지는 삶, 노력 없이도 원하는 것은 전부 손에 넣을 수 있는 삶이란 차라리 저주와 같았고, 그렇게 원제는 무력하고 무미건조한 회색의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점장실 안의 회전의자만 돌리는 무료한 삶을. 불행을 몰랐던 순진했던 우연은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그를 덮친 건 삶이라는 지옥 같은 굴레.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그에게 죽음이란 선택지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접점이라곤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었지만, 원제의 가게에 우연이 직원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겹쳐지기 시작한다. 우연은 원제의 회색빛 세상을 새로운 색으로 물들여주게 될까. 그리고 원제는 우연의 진창 같은 세상에 구원이 되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