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제 생이 읽히십니까.” 바람에 나부끼는 연, 처마 밑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을 떠올리게 하는 말간 얼굴. 매화꽃이 잘 어울리는, 붉은 댕기를 단 여인, 사야. “네 생은 읽히지가 않는다.” 모든 것이 귀찮은 자. 세상만사 모든 일에 관심이 없는 자. 영생을 저주로 받은, 저주를 끊을 자를 만날 때까지 영생을 살아내야 하는 사자, 라윤. “백 일간 절 곁에 두시는 겁니다. 오래전 제 어머니가 사신과 약속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백 일이라고? 그게 무슨 의미란 말이냐.” “글쎄요. 백 일간 제게 갚을 빚이라도 있으신 게 아닙니까?” “좋다. 널 백 일간 곁에 두도록 하지.” 과거를 기억 못 하는 저승사자와 운명이 보이지 않는 여인의 만남. 장난처럼 시작된 백일의 약속은 아주 먼 오래전의 과거, 두 사람의 연이 시작된 전생의 비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