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0개월이야. 내가 여자 없이 지낸 시간이.” 욕망과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가 몸속을 뒤흔들었다. “강한울이라…. 내 핏줄을 숨기고 도망친 당신이 내 성을 물려줄 생각은 했군.” “이혼 서류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럴….” 채원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조용히 말했다. “잊은 모양인데, 먼저 결혼하겠다고 한 건 너였어. 이혼을 요구할 권리 같은 건 처음부터 너한테 없었단 소리야.” 그를 떠난 지 3년이었지만, 그와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자신의 첫 남자이자 사랑했던 남자, 한없이 차갑기만 했던 남편, 그리고… 아이의 아빠. “아이가 무서워하잖아요.” “왜….”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낮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왜, 이 아이가 날 무서워해야 하는지 말해 봐, 송채원.” 지혁이 다가오자 그와 보냈던 수많은 밤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얼마나 음란하게 그와 사랑을 나눴는지. 허리가 휠 정도로 힘껏 끌어당겨지며 지혁의 허벅지가 다리에 닿았다. 온 신경이 동시에 파닥이며 뛰어오르더니 그와 맞닿은 다리 사이로 모여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