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이었다. 내 인생을 지옥으로 만든 정제현이 선물처럼 내게 돌아왔다. “이연. 나 안 반가워?” 잊을 수 없었던 미끈한 웃음이 내게로 선명하게 날아들었다. “난 반가워서 하마터면 입이라도 진하게 맞출 뻔했는데.” 나는 끔찍이도 지우고 싶었던 내 열아홉을 등 뒤에 숨긴 채 정제현과 나의 종말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너 같은 건 애초에 만나질 말았어야 해.” “그래.” 고요히 답하는 목소리가 신물 나게 싫었다. “난 네가…… 너무 증오스러워.” 나는 정제현에게 벌처럼 입을 맞췄다. 두툼한 손이 내 머리를 감싸더니 혀가 거칠게 입안을 파고들었다. “왜. 이렇게 망가뜨려 주길 바란 거 아니었어?” “재수 없는 새끼.” 수치도 잊은 채 서로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 결국 나는 내 손으로 지옥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