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엇나가는 일기예보. 갑작스러운 사고. 평생 수평이 되어 본 적 없이 불안정한 무언가. 이진이 스스로의 인생에 붙인 세 개의 별명이었다. 늘 만성적인 우울에 시달려 온 이진이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빠르고 신속하게 생을 끝내는 것. “드디어 너도 혼자구나.” 그때 태욱이 찾아왔다. “나랑 재밌는 거 해 볼래?” “…….” “섹스해 본 적 있어?” 태욱과 몸을 섞던 이진은 먼 옛날, 제가 ‘차해원’이었던 순간을 떠올리는데. ‘나랑 해 보고 싶지 않아? 형은 늘 내 모든 걸 갖고 싶어 했잖아.’ 불안정하게 일렁이는 무언가의 너울을 멈추는 법은 간단하다. 깨부수면 된다. 그게 뭐든. 설령 자기 자신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