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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가까워진 순간, 이 세계가 고작 누군가의 작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가족이 죽은 것도, 뭐 하나 쉬운 게 없던 내 삶도. 전부 여주인공의 각성과 화려한 결말을 위한 장치였다. 나 빼고 모두가 행복해진다니, 너무하지 않은가. ‘웃기고 있네. 누가 죽어 준대?’ 망할 소설 따위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었다. 원작대로 죽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남아 봤다. 그런데…… 남주의 형과 팔자에도 없는 로맨스가 시작됐다. “설마, 나를, 나를 뭐, 좋아해요?” “정확히는 사랑이 맞습니다. 아이사 님, 당신 옆자리에 절 둬 주세요.” “…….” “부디, 저를 행복하게 해 주세요.” 날 사랑한다고? 그건 어리석은 당신의 착각이다. 하지만 나는 착각이라고 정정해 주지 않을 거야. 그대는, 이용 가치가 많은 사람이거든. “그대가 선택한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팔을 뻗어 그의 멱살을 잡아다 끌어당겼다. 그는 순순히 내게 이끌렸다. “당신께서 제 손을 잡고 이 방을 나서시면 저는, 평생 행복할 거예요.” 이 손을 잡으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밤, 제국의 최고 미남 노마 디아시의 손을 잡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