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애할래? 이 말 듣고 싶어 했잖아. 너.” 끔찍했던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맞은 서른다섯의 첫날, 첫사랑이 돌아왔다. 곱고 그윽했던 눈매가 사나워졌고 도드라진 턱선이 강인한 분위기를 풍겼다. 곱상한 부잣집 도련님 같은 얼굴이 차갑고 오만한 남자의 얼굴로 변했다. “연애를 제안한 이유가 뭐야.” “수첩에 쓰여 있길래, 그것만 지우지 못한 것 같아서.” “그게 다야?” “예전에도 원했잖아. 나하고 하는 연애.” 그에게 호구처럼 이용당했어도 사랑이었다. 적어도 자신의 마음은 사랑이었는데 그 끝을 이제 와서 더럽히고 싶지는 않았다. “나우제!” “복수해. 내가 너한테 했던 개새끼 같은 짓…… 해. 당해 줄게. 뭐든지.” 그가 씩, 웃는 모습에 소름이 돋아야 하는데. 정말 끔찍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저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