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가난하고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던 여자. 고인아.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웬 낯선 남자가 함부로 쳐들어와 폭탄을 내던졌다. “그러니까 ‘내 오빠가 그쪽 누나랑 눈이 맞아서 튀었는데 아기는 버리고 갔다’ 맞아요?” 제멋대로에 고압적인 남자. 강무혁. “그 새끼 찾는 건 됐고. 애나 데려가.” 그는 인아에게 갓난아기를 떠넘길 생각이었다. “울음소린 질색이야.” “우는 게 싫어서?” “어. 시끄러워.” “아이는 다 울어요. 정말 그게 이유예요?” “씨발, 내가 낳았어? 됐어, 관둬. 보육원에 갖다 버리는 게 빠르지.” 아이를 버릴 수 없었던 인아는 고심 끝에 남자에게 애원했다. “제가 그쪽 집으로 갈게요.” “안 울게 할게요!” “정말 조심할게요! 절대 칭얼대는 소음 하나 들리지 않게 할게요.” 남자의 요새 같은 집 안에 들어서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그리고……. “소리 내.” 아기 울음소리를 비롯해 어떤 소음도 싫어하던 남자가 “신음해. 괜찮아.” 그녀에게 욕정을 품고 교성을 허락한 것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