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조하십니까?”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더라. 맞는 말이었다. 자신은 떳떳한 사람이 아니었다. 직업이 뭐냐는 그 애의 질문에도 피하지 않았던가. 사람 패면서 먹고산다고 말하기가 쪽팔려서. “저는 재희예요. 유재희. 여기 명찰 보이시죠?”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얼굴. 그 얼굴에 별처럼 박혀 있는 눈, 코, 입이 신기해서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여름이라 하복을 입고 있던 그 애는 편의점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여기서 빚을 갚게 될 거라고 했어요. 예쁘게 꾸며서 손님이나 열심히 받으라고….” 궤도를 이탈한 그 애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었다. 딱 거기까지만 손을 대려고 했을 뿐이다. 수많은 인파 속으로 스며들 때까지만. 이후에는 손을 놓더라도 잘 달려 나갈 테니까…. “만약에요. 제가 아저씨가 갚아 준 빚도 다 갚고, 우리가 돈으로 얽힐 일이 없어지면… 그때는 다시 아저씨한테 가도 돼요?” 그때는 네가 아주 괜찮은 녀석이랑 만나고 있지 않겠냐. 네가 어떤 앤데. 살면서 너처럼 반짝이는 애를 본 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재희야. 너에게 언제나 내일이라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너를 내일까지 잡아 둘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아지면 좋겠다.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안녕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