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오빠와 단둘이 살던 세인은 처음으로 전셋집을 얻어 이사하던 날, 전 주인이 심어 두었다던 뒤뜰의 포도나무에서 포도 한 송이를 따다 다른 세상으로 차원이동해 버린다. 짙은 포도 향이 가득한 과수원, 그곳에는 청회색 눈동자와 긴 머리를 한 큰 키의 미남자가 있다. 이곳에서 포도밭을 가꾸고 있다는 정체 모를 남자는 세인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보호해 준다. “혹시 친구가 되고 싶어요?” “친구보다는 정인이 더 좋겠군.” “그거 의식주를 제공할 테니 몸뚱이 내놔란 거잖아요.”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난 여자가 아쉬운 사람이 아니야.” 이곳 '청구'의 주인으로서 만인의 우러름을 받고 있는 그에게 점점 빠져들지만, 이미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듯한 남자의 모습에 세인은 괴로워진다. “나는 송세인이에요. 누군지 모를 그 여자가 아니라요.” “난 그대를 누군가로 착각한 적 없어.” 한편, 남자의 반려라 자칭하는 대신관 묘란의 요구로 세인은 당황스러운 위험에 빠지는데.... “세인아. 잘 들어. 넌 수늬야. 내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내 유일한 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