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야 합니까?” “네?!” 너무나 뜻밖의 말에, 그녀의 동공이 활짝 열렸다. 규원은 직진만 하는 남자인 양, 거침없이 말했다. “조금 놀다 가도 좋겠다는 말입니다. 서영 씬 남자가 싫습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아니면, 나랑 있는 게 싫습니까?” “저기…. 규원 씨. 저는 내일 일을 나가야 해요.” “나도 내일 출근해야 하는 건 똑같습니다.” “규원 씨는 회사의 대표지만, 저는 직원이에요.” “다를 거 없습니다. 내가 싫습니까?” “아니요.” “나도 서영 씨가 좋아요. 그럼, 솔직히 말씀드리죠.” “네.” “오늘 밤, 서영 씨를 조금 더 깊게 알고 싶어요.” 한 걸음, 한 걸음, 그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한 뼘만큼 거리가 남았을 때, 그녀는 자기가 이 남자를 생각보다 더 좋아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자신의 시간을 자기에게 주면 시간당 100만 원을 내놓겠다던 이 남자가 참 어렵게 느껴졌었고 그와 벽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며 몸가짐을 지키려 애썼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이람?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그 아름다운 눈을 감싸고 있는 짙은 속눈썹을 보는 순간, 서영은 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깊… 게?” “아주 깊게.” “그 말씀은, 그러니까….” 그녀가 속삭였고, 그의 입술이 그녀의 얼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와 입술에 포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