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생의 기억을 가진 채 또 다른 생을 다시 살아가는 고통으로 네 죗값을 치르리라 과거에 죽을 때까지 짝사랑하던 시현이 명을 달리하자 따라가듯 조용히 눈을 감은 재하. 두 사람은 함께 환생하지만, 저승의 금기를 어긴 재하에게는 시현과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지닌 채로 새 삶을 산다는 것. 분유를 먹을 때도, 유치원 학예회 무대에서 춤을 출 때도, 수능을 준비하던 때도 재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시현과 다시 만날 날에 대한 기대밖에 없었다. ‘꼭 엄청 유명해져서 현이를 찾아야지!’ 자신이 유명해지면 시현을 찾는 게 쉬워질 거라는 생각에 뮤지컬과에 입학한 재하는 대학 입학 첫날, 그토록 기다렸던 제 사랑을 마주한다. “저기요! 길 좀 물어봐도 될까요?” “…네?” “세상에….” 우연히 같은 대학교의 신입생으로 재회하게 된 두 사람. 그 누구보다도 큰, 시현을 향한 사랑 하나로 재하의 불꽃 같은 플러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난 도재하인데, 넌?” 시현은 대답 대신 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재하 역시 시현의 보폭에 맞추어 발걸음에 속도를 더했다. 비로소 나란히 길을 걷고 있는 이 순간이 꼭 꿈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