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일탈이었어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앞으로 업무 때문에라도 자주 봐야 하는데, 그냥 거래처의 직원 정도로만 대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준이 직설적으로 나오는 만큼 혜신도 우회하지 않기로 했다. 이준의 눈빛이 짙어졌다. 혜신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전히 읽을 수가 없다. 하지만 혜신은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입술이 말라와 물잔을 들어 물을 마시던 혜신은 그의 말에 얼음이 되어버렸다. “죽은 남편 때문에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물잔을 잡고 있던 혜신의 손이 떨렸다. 그가 자신의 일을 알고 있는 것도 놀라웠고, 금기시되어 입에 올리지 않던 일을 귀로 들은 것도 충격이었다. “왜, 왜 제 조사를 한 거죠?” 여유 있는 듯 그녀를 보던 이준이 표정이 진지해졌다. “왜냐하면, 내 여자가 될 사람이니까.” 혜신은 마치 정수리를 강타당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