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연우는 신음 같은 탄식이 흘러나오는 입을 틀어막았다. 순식간에 머릿속이 콘센트를 빼버린 TV처럼 새까매졌다. 까마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 애썼지만, 더 아득해지기만 했다. 커다랗게 벌어진 눈을 끔뻑이지도 못한 채 그를 바라봤다. 저 사람이. 권재혁이라고……? 연우의 심장이 곧장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귀가 먹먹해지고 숨이 막혀왔다. 아니야. 그럴 리가. 내가 아는 권재혁은……. “…오랜…만이에요.” 연우가 목에 걸린 가시를 뱉어내듯 인사를 건넸다. 아니, 비명에 가까웠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재혁은 거실에 놓인 장식품처럼 미동도 없었다. 그리스 조각상처럼 빛나던 얼굴과 운동선수처럼 탄탄했던 몸을 가졌던 KW 황태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잘 지냈어요?” “왜 왔어?” 재혁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당장 돌아가.” . . . “연우야.” 재혁이 연우를 부르며 침대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연우의 눈이 유령을 본 사람처럼 커다래지고, 벌어진 입은 나사가 풀린 인형의 입처럼 밑으로 크게 벌어졌다. “…이게 지금.” 연우는 제 옆에 앉은 재혁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