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에 걸친 전쟁이 끝나고 다시 5년. 경과 온, 두 나라의 화친을 위해 경의 장군이자 경왕의 조카인 강여와 폐위된 온 선왕의 아들 환이 국혼을 치른다. 그러나 전쟁이 남긴 앙금으로 환은 환영받지 못하고, 강여 또한 그에게 냉랭하다. “상공께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저에게 어떠한 정도 신뢰도 원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강여가 꺼낸 진심은 날카로운 서릿발이었다. 그것이 가슴을 찔러 혈맥에 냉기를 흘려보냈으나, 환은 새삼 슬프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밤, 강여는 홀로 눈을 맞는 환을 목격한다. 그는 누군가가 바라보는지도 모르고 오롯이 혼자인 환의 모습에서 외로움을 읽어 낸다. 그것을 부정하며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지만, 그 밤을 경계로 강여와 환의 관계엔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강여는 환이 싫었다. 어쩌면, 무서웠다. 그것은 분명 무언가의 예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