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라곤 모르는 아버지와 그에 못잖게 차가웠던 어머니. 어머니가 떠난 자리를 차지한, 자기보다 겨우 네 살 많은 새어머니. 그녀는 가족 중 유일하게 민후를 걱정해준 사람이었고, 민후는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어머니마저 이혼을 선언하고, 약과 술과 담배에 찌들어 늘어져 있던 민후는 겨울 연못에 빠지고 만다. 그대로 죽는 줄로만 알았던 그가 정신을 차린 곳은 낯설고 화려한 방. 그리고 자신을 전하라 부르는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유브라데라는 어느 시대, 어느 세계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민후의 앞에 나타난 금발, 금안의 미장부. 그는 민후가 자신의 운명의 상대이며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게 방해할 거라고 큰소리를 친다. 이튿날, 황제의 부름을 받은 민후의 앞에 또 다시 금발, 금안의 미장부가 나타나지만, 아무리 봐도 그는 어제 본 그 미장부가 아니었다. 그는 유브라데의 전쟁광 황제 시오엔이었다. 그는 민후를 ‘월인’이라며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는 ‘신병’으로부터 유브라데를 구할 구원자이자 자신의 비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똑같은 얼굴을 가진, 민후를 자신의 운명이라 호언하는 두 남자. 그들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그리고 이 낯선 세계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각하지 못하는 집착의 족쇄에 묶인 속에서도 민후는 운명에 애써 저항을 해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