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시국. 살기 위해 아비를 죽인 할아버지를 따라야 했던 왕처럼, 살기 위해 종에게 다리를 벌려야 하는 운명 앞에 내던져진 여령. “차라리 짐승처럼 굴든가. 짐승 짓을 할 거면서 인두겁을 쓴 것처럼 굴면 뭐가 달라진다더냐?” “기어이 제가 마님을 마음대로 벌리고 짐승처럼 박아 넣길 바라시는 거라면 그리 해 드리겠습니다.” 봄바람처럼 굴던 그가, 봄꽃처럼 뺨을 붉히던 그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으며, 여령 스스로 다리를 벌리라 애걸했다. 짐승이 되어서라도 살라고 애원했다. “속이 시커멓게 타도 말 한마디 못 하시고, 며느리 대접은커녕 씨를 받아 애 낳는 짐승 취급 받는 지금이랑 무엇이 다릅니까?” “그것이…. 사는 거라 할 수 있을까? 나는…. 나는 모르겠구나.” “모르시면…. 그냥 이놈에게 맡기십시오.” 그렇게 짐승처럼 얽히고 짐승이 되어 그의 씨물을 품었다. “허윽, 도 돌쇠야! 아흣, 그, 그만 아니 아니 더 세게.” 커다랗고 굵은 기둥이 그녀의 안을 들락날락하는 것도 버거운데 속도가 붙으니 여령은 비명을 질러야 했다. “윽, 아씨, 아씨. 너무 부드럽고 따뜻해서….” 미칠 것 같아요. 그가 귀에다 대고 흐느끼듯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