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피부와 대비되는 칠흑같이 검은 눈 그리고 붉은 입술은 모든 사람을 홀릴 듯 우월하다. 서늘한 인상과는 다르게 그가 보여주는 미소는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 같다. 부족한 거 하나 없이 자란 그의 오만은 당연한 이치였을까. 늘 이기는 게임을 해오는 그에게 세상은 어쩐지 지루하다. 손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모두 따분하게 느껴져 태선은 언제나 더 큰 자극을 찾아 헤맸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자신을, 자신의 관심 하나 얻고 싶어 주변을 맴도는 이들이 지천으로 깔렸건만. 태선에게 제 표정조차 드러내지 않는 여자가 있다. 그것이 철저한 무시 같기도.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기도.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오늘 한정원 씨 저한테 불만이 아주 많나 봅니다. 아까 회의실에서도 저한테 물을 엎더니.” “...” “내 좆 크기가 궁금해서 이렇게 쏟아 젖히는 겁니까.” 그가 주는 당황으로 물든 정원을 보고 싶었다. 과연, 먼저 무너지는 건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