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서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죽는 건 더 싫다. 날 죽일 예정인 약혼자와 파혼부터하자! ㅡㅡㅡㅡㅡㅡㅡ “설마 자작극인가?” 공작의 뒤에 묵묵히 서 있던 남자가 서늘하게 말했다. “황태자와 결혼하기 싫어서?” 그는 이 몸과 닮은 구석이 없었지만, 공작과 퍽 닮아있었다. 나는 그가 이 몸의 오빠인 다니엘임을 알게 되었다. 소설과는 다르게 동생 바보는 아닌 모양이지만. “사생아 주제에….” 그의 눈빛은 날 향한 애정이 아니라 경멸만이 있었다. “너같이 더러운 피를 이은 자는 말로 해서는 기억하지 못하지.” 이상했다. 안나가 사생아라는 설정은 소설에는 없는 것이었다. 그럼 안나는 누구의 딸이란 말인가? 그즈음 되자 나는 이곳이 진짜 소설 속인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나온 사람 중에 소설과 설정이 같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나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