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파란만장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꿈을 산산이 부서뜨리듯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무한히 반복되는 흑백 같은 일상과 온갖 책임감들에 짓눌려 살아갈 뿐이었다. 그런 인생을 더욱 힘들게 하는 남자친구. “이런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야?” “아, 그게. 뭐 좀 부탁하려고.” “부탁?” 그 부탁 하나에 흑백 같던 세계가 도화지에 물감이 스며들 듯이 색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최민혁. 잠수이별을 고한 남자친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옆집 남자.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었지만, 마치 서로 오래 알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부터 자꾸만 신경이 쓰였던 사람이었다. “민혁 씨?” “출근해야 하죠? 아침은 제가 준비했어요.” “아침 챙겨 드시나 보네요.” “뭐, 이제는 습관이 돼버려서요.” 어딘가에 있을 가까운 사람과의 우연스럽지만, 운명같은 로맨스. 별다를 것 있는 별다른 단편 로맨스 별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