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끔찍하게 긴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지옥에 서 있는 그녀는 불길 속에 뛰어드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옷 벗으면 돼요?” 당돌한 그녀의 물음에 조중혁의 입가엔 나른한 웃음이 번졌다. 이번엔 그의 눈도 함께 웃고 있었다. 탐내던 먹잇감이 제 손에 들어온 게 기쁜 건지도 모르겠다. 그는 단단한 턱을 움직여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소파에 앉아 셔츠의 단추를 느슨하게 풀며, 그녀가 옷을 하나씩 벗어 나가는 걸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떨고 싶지 않았는데, 저를 집어삼킬 것 같은 그 시선에 긴장이 되어 옷을 벗는 손이 저절로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