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십 통씩 걸려오는 전화와 때때로 가해지는 강압적인 말투, 행동. 약혼자인 도진의 무분별한 집착에 유하는 서서히 지쳐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 있다던 도진의 의붓동생 승윤이 한국으로 오게 되고 공항으로 마중하러 나간 유하는 처음 보는 그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사랑 많이 받나 봐요?” 유하는 살결에 닿은 승윤의 입김에 흠칫 놀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게 무슨…….” “그런 거 같아서.” 그녀의 목 주변을 찬찬히 훑어 내리던 승윤의 시선이 곧 유하와 마주했다. “그쪽 때문에…….” 눈앞에서 해사하게 웃으며 속삭이는 그를, “괜히 나까지 설레네.” 유하는 어느 순간 밀어 내지 못하고 마음에 담고 말았다. ‘저 자식 조심해요. 사람, 한순간에 홀리는 놈이니까.’ 그 경고의 의미를 채 깨닫기도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