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아 혼자 조용히 마음을 감추고 시간을 보낸 여자. 다 잊은 줄, 지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하지만 끝까지 묻어둘거다. 깨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관계는 싫다. 김재우 나름 똑똑하게 군다고 자부했던 남자. 알고 보니 이렇게 멍청할 수가 없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치마 주머니에는 낮에 재우가 준 초콜릿 몇 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초콜릿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준 것도 아니었고, 예쁘게 포장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다른 날에도 줄 수 있는 평범한 초콜릿 몇 개. 이렇게 함께 집에 가는 것도, 재우가 사탕들을 들어주는 것도 모두 다 아무 것도 아니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아무도 모른다. 나조차도 외면하는 내 비밀은. “떡볶이는 오빠가 사줄게.” “오빠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고 있네.” “우리 동생 키 크려면 잘 먹어야지.” “나 키 평균 이상이거든?” “나보다 작으면 작은거야.” 주먹을 쥐자 재우가 환하게 웃으며 발걸음을 빨리 했다. 깜깜한 밤이 다 밝게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 얼굴을 보는 게 좋다. 아마 그래서 난 말 못할 것 같다. 어렴풋이 느꼈지만 모른 척 외면했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