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산은 그 이름대로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천자마저도 우롱하는 자였다. 그래, 황제까지도. 〈선평군왕께 저를 바치겠습니다.〉 하면 이 몸에서 눈뜬 건 그런 악귀에게 내린 천벌일까? “짐이 내는 수수께끼를 맞히면 너를 살려 주고 품계를 내리겠다.” 하늘 아래 두려울 것 없는 군왕에서 제 손으로 세운 황제 연제묵의 한낱 실성한 후궁이 된 신세. 어째선지 저를 기꺼워하는 연제묵의 장단을 맞춰 주며 권력을 노리는 그에게 남방의 번왕이 ‘화연우’가 지니고 있던 연희산의 생전 비밀 장부를 건네 온다. 화연우와 연희산, 그리고 연제묵. 대체 이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의 답을 쥔 연제묵의 복심을 추측하는 연희산에게 황제는 그저 방향을 잡아 줄 뿐이다. 그가 원한 사내는 바로 이 꽃이었으니까. 아름답고 악독하며 그를 증오하는 꽃. “나를 소유해라. 그리하면 온 천하가 오직 너의 것이다.”